집안 구석이나 오래된 시골집 다락방에서 까맣고 묵직한 무쇠 가마솥이나 냄비, 팬을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요리의 풍미를 살려주는 무쇠 주물 조리도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멋모르고 고기를 구워 먹거나 찌개를 끓였다가, 다음 날 주황색 녹으로 뒤덮인 모습이나 까만 가루가 음식에 묻어나오는 것을 보고 당황해 창고에 다시 넣어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저 역시 처음 무쇠 팬을 사용할 때 일반 코팅 프라이팬처럼 세제로 빡빡 닦고 물기를 그대로 두었다가 하루 만에 녹슨 덩어리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무쇠 도구는 단순히 오래된 옛날 물건이 아니라, 철의 열물리적 특성을 완벽히 활용하는 정밀한 아날로그 과학 도구입니다. 오늘은 무쇠 가마솥과 팬이 열을 받아서 음..
아침마다 서랍 속에 숨겨둔 오래된 수동 원두 그라인더를 꺼내 커피를 갈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앤티크한 디자인에 끌려 선뜻 구매했거나 집구석에서 발견해 사용해 보지만, 막상 핸들을 돌려보면 어떤 날은 굵은 원두 덩어리가 튀어나오고 어떤 날은 뻑뻑해서 손목이 아플 정도로 원두가 너무 가늘게 분쇄되곤 합니다.저 역시 처음 아날로그 핸드 드립 그라인더를 접했을 때, 단순히 원두를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라인더 내부의 물리적 구조와 나사의 유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좋은 원두를 써도 쓰거나 밋밋한 커피가 추출되기 일쑤입니다. 오늘은 수동 원두 그라인더 내부 구조의 원리를 파헤치고, 원하는 입도(입자 크기)를 일정하게 얻는 현실적인 노하우를 정리해 드립니다.수동 그라인더의 핵심 내부..
오늘날 우리에게 '격리'나 '격리 시설'이라는 단어는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려 600년 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균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에도 '사람의 이동을 막아 병을 줄인다'는 생각을 해냈다는 점은 매우 놀랍습니다.14세기 중엽 유럽을 덮친 흑사병(페스트)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앗아간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증유의 대재앙 속에서 인류는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혼란 속에서 싹튼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 바로 현대 공중보건의 뿌리가 된 '격리(Quarantine)' 제도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흑사병의 공포와 원인 불명의 시대내가 역사를 공부하며 가장 먹먹했던 순간 중 하나는 14세기 베네치아와 라구사(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기록을 읽을 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