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격리'나 '격리 시설'이라는 단어는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려 600년 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균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에도 '사람의 이동을 막아 병을 줄인다'는 생각을 해냈다는 점은 매우 놀랍습니다.14세기 중엽 유럽을 덮친 흑사병(페스트)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앗아간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증유의 대재앙 속에서 인류는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혼란 속에서 싹튼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 바로 현대 공중보건의 뿌리가 된 '격리(Quarantine)' 제도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흑사병의 공포와 원인 불명의 시대내가 역사를 공부하며 가장 먹먹했던 순간 중 하나는 14세기 베네치아와 라구사(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기록을 읽을 때였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픈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고, 다른 사람에게 질병이 퍼지는 것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는 병원, 검사, 방역 체계와 같은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런 개념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특히 격리와 검역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사회적 장치입니다.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특정한 사람이나 물건, 장소를 일정 기간 떨어뜨려 놓는 것이 유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이번 글에서는 격리와 검역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등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의미로 발전했는지 생활사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특정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방법보다는 사람들이 감염병에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