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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할 때 진통제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어렵다면, 그냥 체질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국내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질환입니다. 저도 한동안 "생리는 원래 아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넘겼는데, 어느 순간 그 논리가 무너졌습니다.
생리통 원인, 자궁내막증일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이란 자궁 안쪽을 덮고 있는 자궁내막(endometrium)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바깥에 자리를 잡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자궁내막이란 생리 주기마다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떨어져 나오는 조직, 즉 생리혈의 원천이 되는 조직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조직이 자궁 밖에 있어도 호르몬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입니다. 매달 출혈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주변 조직이 자극되고, 유착(adhesion)이 생깁니다. 유착이란 원래 따로 있어야 할 장기나 조직이 염증으로 인해 서로 들러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과정이 누적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생리 때 배가 아픈 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허리와 골반까지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생기고, 진통제를 먹어야만 겨우 업무를 볼 수 있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솔직히 그 단계가 되어서야 "이게 단순한 생리통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의 대표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생리통 — 진통제를 복용해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
- 골반·허리의 지속적인 둔통 — 생리 기간이 아닐 때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음
- 성교통(dyspareunia) — 성관계 시 나타나는 통증으로, 병변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음
- 배변·배뇨 시 통증 — 장이나 방광 근처에 병변이 생긴 경우 나타날 수 있음
- 생리량 증가 또는 생리 기간 연장 — 월경과다(menorrhagia)라고도 부름
주의할 점은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증상 확인을 미루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이 단순히 '아픈 생리'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난소나 난관 주변에 병변과 유착이 생기면 배란(ovulation) 과정, 그리고 난자와 정자의 이동 경로 자체가 방해를 받습니다. 배란이란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배출되는 과정인데, 이 경로가 유착으로 막히거나 왜곡되면 자연 임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난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난임 여성의 상당 비율에서 자궁내막증이 확인된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었습니다. 그만큼 조기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궁내막증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생리 주기와 통증 강도를 달력 앱에 꼼꼼히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습관이 생기니 "이번 달은 유독 허리가 더 아프네", "진통제를 두 알 먹었는데도 소용없었다" 같은 변화를 훨씬 선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그 기록이 산부인과에서 의사에게 설명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생리통은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 생각이 진료 시기를 늦추는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생리가 아닌 기간에도 골반 통증이 지속된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나 복강경(laparoscopy)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복강경이란 배에 작은 구멍을 내어 카메라를 넣고 직접 내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자궁내막증의 확진에 활용되는 검사입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자주 묻는 질문
Q. 생리통이 심하면 무조건 자궁내막증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리통은 원발성 월경곤란증처럼 자궁내막증 없이도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진통제로도 조절이 안 되거나, 생리가 아닌 날에도 골반 통증이 이어진다면 자궁내막증 가능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Q. 자궁내막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A. 초음파 검사로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초콜릿 낭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진은 복강경 수술을 통해 직접 병변을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의사가 적절한 검사 방법을 안내해 줍니다.
Q.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임신이 불가능한가요?
A.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임신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병변의 위치와 정도에 따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치료 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자궁내막증은 치료하면 완치되나요?
A. 현재까지 자궁내막증을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호르몬 치료나 복강경 수술로 증상을 완화하고 병변을 제거할 수 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치료 방향은 증상의 심각도, 연령, 임신 계획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저는 오랫동안 심한 생리통을 그냥 체질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자궁내막증이라는 질환을 제대로 알고 나니, 그동안 몸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리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점점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그냥 참고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자궁내막증이 의심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리 주기와 통증 패턴을 기록해 두는 습관 하나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통증이 반복된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미루지 마세요. 일찍 확인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참고: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medid=AA000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