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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백혈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냥 막막하게 무서운 병이라는 느낌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이 원인 모를 피로와 멍으로 병원을 찾았던 일이 있고 나서, 제가 직접 이 병에 대해 찾아보게 됐습니다. 알면 알수록 혈액이라는 게 우리 몸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 그 균형이 무너졌을 때 어떤 신호가 나타나는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혈병이란 무엇인가 — 골수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백혈병은 혈액을 만드는 조직인 골수(bone marrow)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골수란 뼈 안쪽에 있는 스펀지 같은 조직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 세 가지 혈액세포가 균형 있게 생산되지만, 백혈병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혈액세포가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하면서 정상 세포가 자랄 자리를 빼앗아 버립니다.
백혈병이라고 하면 한 가지 병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진행 속도와 문제가 생긴 세포의 종류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ALL),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급성'과 '만성'의 차이가 중요한데, 급성은 비정상 세포가 빠르게 증식해 수주~수개월 안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유형이고, 만성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이 구분을 알기 전까지 백혈병은 무조건 갑자기 쓰러지는 병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만성 유형은 본인도 모르는 채 수년이 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백혈병이라고 다 같은 병이 아니라는 것, 이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출처: 위키백과 — 백혈병).
백혈병 증상 — '그냥 피곤한 거겠지'가 가장 위험하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백혈병의 초기 증상이 일상적인 피로, 멍, 잇몸 출혈처럼 평범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적혈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하면 빈혈(anemia)이 생깁니다. 여기서 빈혈이란 혈액이 산소를 충분히 운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만성 피로와 쉬어도 회복이 안 되는 무기력감입니다. 많은 분들이 '잠을 못 자서 그렇다',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 넘기기 쉬운 증상입니다.
혈소판(platelet)이 줄어들면 출혈 관련 증상이 나타납니다. 혈소판이란 상처가 났을 때 혈액을 굳혀 출혈을 멈추게 하는 세포인데, 이것이 부족해지면 특별한 충격 없이도 멍이 생기고, 코피나 잇몸 출혈이 반복됩니다. 제 지인도 처음에는 이 증상을 피곤해서 생긴 멍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정상적인 백혈구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면역 기능 자체가 떨어지면서 발열이 반복되거나, 감기 같은 감염이 유독 오래 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외에도 림프절 종대(lymphadenopathy), 즉 겨드랑이나 목, 사타구니 주변의 림프절이 만져질 만큼 커지는 증상, 야간에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 뼈나 관절이 묵직하게 아픈 증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 정리
- 만성 피로·무기력감: 적혈구 감소로 인한 빈혈이 원인
- 잦은 멍·코피·잇몸 출혈: 혈소판 부족으로 지혈 기능 저하
- 반복되는 발열·감염: 정상 백혈구 부족으로 면역력 저하
- 림프절 종대: 목·겨드랑이·사타구니 부위 림프절이 커짐
- 야간 발한·체중 감소·뼈 통증: 전신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함
물론 이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백혈병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한 번쯤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백혈병 진단 — 혈액검사 한 장이 출발점이 된다
백혈병 진단은 일반적으로 혈액검사, 즉 전혈구검사(CBC, Complete Blood Count)에서 시작됩니다. CBC란 혈액 안에 있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수와 비율, 그리고 세포의 형태까지 한 번에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반대로 다른 세포 수치가 크게 낮으면 추가 검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후 확진을 위해 골수검사(bone marrow biopsy)를 시행합니다. 골수검사란 엉덩이뼈 부위에 얇은 바늘을 삽입해 골수 조직을 직접 채취해 분석하는 검사인데, 비정상 세포의 비율과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해 백혈병의 유형을 구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처음 이 검사 이름을 들었을 때는 무척 무섭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국소 마취 후 시행하는 검사라고 합니다.
백혈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진단 과정을 알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혈액검사 한 번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도 혈액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혈액검사를 우선적으로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백혈병 치료 — '불치병'이라는 말이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백혈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면서 의학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됐고, 종류에 따라 완치율이 상당히 높아진 유형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료의 근간은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입니다. 항암화학요법이란 약물을 이용해 빠르게 분열하는 비정상 세포를 억제·사멸시키는 방법으로, 백혈병 치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접근법입니다. 급성 유형에서는 관해(remission), 즉 비정상 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시행됩니다.
표적치료제(targeted therapy)도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표적치료제란 정상 세포에는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약물인데,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쓰이는 이마티닙(imatinib) 계열 약물이 대표적입니다. 이 약의 등장으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혈모세포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 즉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뿌리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골수가 정상적으로 혈액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재발 위험이 높거나 항암화학요법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고려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치료가 맞는지는 백혈병의 유형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막연한 두려움보다 정확한 진단과 전문의 상담이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멍이 자주 생기면 백혈병을 의심해야 하나요?
A. 멍이 자주 생기는 것 자체가 바로 백혈병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특별한 충격 없이 멍이 반복되거나, 코피·잇몸 출혈이 함께 나타난다면 혈소판 이상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일 증상보다는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백혈병은 유전되나요?
A. 백혈병이 유전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인 유전보다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중 혈액암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백혈병 진단받으면 무조건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아니며, 백혈병의 유형과 진행 정도,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제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방향은 반드시 혈액종양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만성 백혈병은 증상이 없어도 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A.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처럼 일부 만성 유형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관찰 대기'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입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이 기간에 특히 중요합니다.
결론
제가 직접 백혈병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병이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알면 대응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피로·멍·반복 감염처럼 흔해 보이는 증상도 오래 지속되면 한 번쯤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이상 신호가 느껴질 때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해도, 항암화학요법부터 표적치료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치료 선택지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두려움을 먼저 내려놓고,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평소 자기 몸의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갖는 습관이 결국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